티스토리 뷰
목차
[기획 2] 2025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기초생활보장 분야
김윤민ㅣ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2025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보건복지 총예산의 17.4%, 사회복지 총예산의 20.4%로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했으나, 2024년 기초생활보장 본예산인 20조 8,225억 원과 비교하면 5.0%(약 1조 원) 증가한 21조 8,616억 원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기준중위소득 인상 및 기준중위소득 변동에 따른 급여액 증액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임은 사실이다. 다만 역대 최대 인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국가 공식 통계자료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인상분이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에 미반영됨에 따라 기준중위소득 현실화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비수급빈곤층 발생의 주요 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은 여전히 완전 폐지가 아닌 완화로 결정되었고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 개편안은 개악에 가깝다. 약자를 위한 ‘더 두텁고 더 넓은 기초생활보장’이 아닌 약자를 향한 ‘더 얕고 더 좁은 기초생활보장’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세부사업 평가
생계급여
생계급여는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사회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2025년 생계급여 예산은 8조 4,899억 원으로 전년 추경 대비 약 9,489억 원(12.6%) 상향 조정되었다.
이는 기준중위소득 인상(4인 가구 기준 6.42% 인상, 2024년 5,729,913원 → 2025년 6,097,773원) 및 기준 중위소득 변동에 따른 급여액 증액, 자동차 일반재산 환산율 적용 기준 완화, 부양의무자 예외 기준 완화(연소득 1억 원, 일반재산 9억 원 → 연소득 1.3억 원, 일반재산 12억 원) 등의 결과이다.
최근 3년 기준중위소득 연평균 인상액은 166만 원으로 2017년~2022년의 기준중위소득 연평균 인상액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3년 연속 역대 최대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년의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의 국가 공식 통계자료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인상분이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에 미적용됨에 따라 애초 산출된 기본증가율에 미치지 못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수급자 선정 기준 및 보장 수준과 직결되는 기준중위소득의 현실화가 절실하지만 2025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비수급 빈곤층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부양의무자기준 또한 완전 폐지가 아닌 완화에 그치며 약자복지의 허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의료급여 부문
의료급여 예산은 크게 지자체경상보조와 민간위탁사업비, 행정경비로 구분된다. 지자체경상보조는 기본 진료비, 부양의무자 등 제도 개선, 정액수가 개선비, 장기입원자 지역사회 복귀 지원비, 재정절감액을 포괄하는 기관부담금과 본인부담보상상한 비, 건강생활유지비, 임신·출산진료비로 구성된 본인부담금 지원비를 비롯하여 장애인보조기기, 요양비 등의 기타 지원비와 위탁수수료, 신고포상금으로 구성된다.
2025년 의료급여 예산은 8조 6,882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2.8% 감소하였다. 예산안 산출 근거에 따르면, 지자체경상보조 중 기관부담금(환자 본인부담을 제외한 진료비) 예산이 전년도보다 2,914억 원 감소(3.3%)하였고 본인부담금 지원비는 436억 원 증가했으며(79.9%), 기타 지원비는 16억 원(2.9%) 감소하였다.
위탁수수료와 진료내역 허위·부당청구 신고포상금은 전년과 동일하게 편성되었다. 부양의무자기준 등 제도개선 예산은 부양의무자 기본재산 공제 확대,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기준 개선, 부양비 부과율 완화에도 불구하고 1,044억 원 감소(45.9%)하였다. 건강생활유지비는 월 6,000원에서 12,000원으로 2배 인상하였다.
올해 예산에도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요구가 미반영됨에 따라 정부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약자 맞춤형 보호 강화’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에서 발표한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체계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는 개편안은 취약계층의 보호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렸다. 정부는 가중된 재정부담, 적정의료이용을 위한 관리 제도의 형식적 운영에서 기인한 효과성 저하, 실질적 본인 부담 수준의 지속 하락으로 약화된 비용의식이 과다 의료이용으로 이어지는 경향 등을 이유로 본인부담체계 변경 필요성을 강조한다. 만성, 중증 비율이 높은 의료급여 수급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의 도덕성을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다. 의료급여가 정률제로 변경되면 수급자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장성 약화와 건강불평등 심화를 일으킬 것이다.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지난해 예산안 분석에서 지적한 “약자복지가 약한 복지로 전환될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 분명하다.
긴급복지
긴급복지지원사업은 외환위기 이후 생계형 자살, 가족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위기가구에 대한 체계적 대응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으로 추진되었다. 사업 목적 또한 갑작스러운 위기 사유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 위기 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여 위기상황에 벗어나게 함으로써 빈곤계층으로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목적의 긴급복지 지원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지난해 예산은 자연증가분을 반영하여 소폭 상승한 수준이었으나, 2025년 긴급복지 예산안은 물가인상률을 고려하여 생계급여와 유사한 수준의 단계적 인상을 반영한 생계지원과 기타 지원 중 교육, 해산비, 전기요금 지원을 제외하고 의료, 주거, 시설이용지원과 연료비, 장제비 지원은 감소했다.
긴급복지 예산 감소는 불안정 노동의 확대, 불평등 심화, 고립과 고독사 고위험 가구 증가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 위험의 심화 과정에서 확대되고 있는 위기가구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긴급복지 예산의 확대 편성이 필요하다.
자활 지원
자활사업은 근로빈곤층의 탈수급 및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탈빈곤을 촉진하고 빈곤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운영되며 자활근로, 자활센터운영지원, 자활사업관리, 자활 성공지원금 지급·관리로 구분된다. 2025년 자활근로 예산은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및 제3차 자활급여 기본계획 등에 따른 자활근로 단가 인상(3.7%), 참여자 수 증대(3천 명) 필요성을 반영하여 전년 대비 9.1% 증가한 7,195억 원이다. 자활센터운영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8.0% 증가했으며 자활사업관리 예산은 3.8% 감소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사회이동성 제고를 위한 자립기반 강화의 일환으로 자활근로 인원 확대 및 급여 인상과 자활참여를 통해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 수급자가 민간 취업하는 등 자립한 경우 1년간 최대 150만 원을 지급하는 자활성공금을 신설(약 34억 원)하였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자활급여의 낮은 단가 문제는 2025년에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형별 자활급여(일)는 근로유지형 32,980원(1,180원 인상), 사회서비스형 56,210원(2,010원 인상), 시장진입형 64,220원(2,290원 인상)으로, 자활급여의 낮은 단가는 2025년 최저임금 시급(10,030원)을 반영한 일급 80,240원(8시간 노동 기준)과 비교했을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와 같이 낮은 수준의 자활급여 단가는 자활 노동의 가치를 저평가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취약계층의 “사회이동성” 제고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주거급여지원
주거불안정 저소득층의 임차료를 보조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의 주거급여 예산은 2024년보다 2,943억 원(10.7%) 인상된 3조 368억 원이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저소득층 주거지원 확대를 위한 평균급여액 인상과 사업부대비용(인건비 상승률) 등을 주거급여지원에 반영하였으며 장애인 주택개조사업과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 이사비 지원사업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급여지원
교육급여는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자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고 실질적인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2025년 교육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1,651억 원이다.
이에 교육활동지원비가 인상됨에 따라 연간 초등학교 48만 7,000원, 중학교 67만 9,000원, 고등학교 76만 8,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인상금액을 지난해와 비교하면 초등학생 2만 6천 원, 중학생 2만 5천 원, 고등학생 4만 1천 원 인상에 그쳐 교육격차 해소 및 최저교육비 수준 보장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론
2025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5.0% 증가하였다. 이는 기준중위소득 인상 및 기준중위소득 변동에 따른 급여액 증액, 자동차 일반재산 환산율 적용 기준과 부양의무자 예외 기준 완화, 저소득층 주거지원 확대를 위한 평균급여액 인상 등에서 기인한다.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3년 연속 역대 최대이나 여전히 기준중위소득의 현실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또한 완전폐지가 아닌 완화에 그쳐 비수급 빈곤층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의료급여는 건강생활 유지비를 2배 확대하였으나 전체 예산은 감소했고 특히 정부에서 발표한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 개편안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권은 물론이고 생존권까지 침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개편의 근거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도덕성을 훼손한 측면은 전형적인 복지축소 전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활급여의 낮은 단가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 또한 예산안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기초생활보장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역할 축소는 물론이고 수급의 권리성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약자라는 ‘구별’이 형성한 약자를 향한 ‘차별’>
현 정부의 복지기조는 “약자복지”이다. 2025년 예산안에서 강조하는 중점 투자 방향 또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약자복지”이며 이를 위해 “더 두텁고 더 넓은 기초생활보장”을 약속한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3년 연속 역대 최대 인상”을 홍보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화자찬을 이어가고 있으나, 오히려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예산안 분석에서 지적한 “약자복지가 약한 복지로 전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심지어 약자를 ‘구별’ 한 결과가 약자를 향한 ‘차별’로 비화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액제에서 정률제로의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 개편안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의료급여 개편안의 필요성으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비용의식 약화로 인한 과다 의료이용 경향 방지를 명시하였으며, 이에 대한 근거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1인당 진료비와 외래일 수가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했을 때 높다는 수치를 제시한다. 만성, 중증 비율이 높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차원적으로 수치만 비교하며 의료급여 수급자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낙인을 부여하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약자복지”를 위해 “더 두텁고 더 넓은 기초생활보장”을 보장하고 있다는 홍보는 중위소득의 현실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의료급여 개악 철회 이후에 강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복지제도의 지원을 받는 이들을 공식적으로 ‘약자’로 ‘구별’한 이유가 이들을 ‘차별’ 하기 위함이 아닌, 더욱 견고하고 촘촘한 안전망을 형성하여 취약계층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함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